구도
10-1. 주제와 시선의 출발점 — 단순화·프레임 채우기
사진가가 모든 프레임에서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 프레임을 얼마나 채울 것인가?" 이 결정 하나가 사진의 정서를 완전히 바꿉니다.
두 극단을 봅니다.
프레임 채우기 (Fill the Frame). 피사체가 프레임을 가득 채우는 구도. 인물 클로즈업, 음식 사진, 매크로 곤충 사진의 자리. 정보량이 최대, 강렬하고 친밀한 인상. 보는 사람이 피사체 안으로 끌려들어가는 효과가 있습니다. 입문자가 흔히 멀리서 찍어 피사체가 작게 잡힌 사진을 살리는 방법 — 한 발 더 가까이 가세요. 줌렌즈로 당기는 것도 좋지만, 발로 다가가는 것이 더 좋습니다 (M4-2 단렌즈 정신).
프레임 비우기 (Negative Space). 피사체가 작게 잡히고 나머지가 여백인 구도. 미니멀리즘, 풍경 속 작은 인물, 잔잔한 정서를 표현하는 자리. 정보량이 최소, 여유롭고 서정적인 인상. 여백이 피사체보다 더 많은 말을 하는 사진이 됩니다.
프레임 속 프레임 (Frame within Frame) — 채우기의 한 변주입니다. 창문·문·아치·나뭇가지 같은 자연 프레임 안에 피사체를 두는 기법. 시선을 이중으로 피사체에 집중시켜 깊이감과 강조를 동시에 만듭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함정은 있어요.
입문자가 가장 자주 하는 실수: 정보량을 너무 많이 담으려 한다.
한 프레임에 인물 + 배경 + 소품 + 텍스트 + 또 다른 인물을 다 담으려 하면 어느 것도 살아남지 못합니다. "한 사진에 한 가지만 말한다" 가 입문기의 안전한 길. 비우기가 어색하면 채우기부터 — 다만 "무엇을 채울지" 를 미리 정하고 셔터를 누르세요.
Practice · 비교 실습직접 해보기같은 피사체, 두 처리 — 토글로 정서 차이를 느껴보세요
- label: "프레임 채우기
- label: "프레임 비우기
- label: "프레임 속 프레임
정답을 맞히는 문제가 아니라, 지금 자기 사진에 바로 적용할 결정을 하나 고르는 연습입니다.
10-2. 수평·수직 — 가장 먼저 무너지지 않을 것
사진을 망치는 가장 흔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기울어진 수평선. 풍경 사진의 바다, 건축 사진의 벽, 거리 사진의 가로등 — 어딘가 하나가 비틀어진 순간, 보는 사람은 의식적으로는 모르고도 불편함을 느낍니다. 좋은 사진의 가장 첫 번째 조건은 "수평·수직이 무너지지 않는 것" 이에요.
세 가지를 챙기면 됩니다.
첫째, 카메라의 전자 수평계를 켜세요. 미러리스·DSLR 대부분이 뷰파인더와 LCD에 수평계를 띄울 수 있습니다. "카메라 모델명 + 전자 수평계" 로 검색하면 5분 안에 찾을 수 있어요. 스마트폰도 카메라 앱 설정에 그리드와 수평계 옵션이 있습니다.
둘째, 후보정에서 작은 기울기는 잡을 수 있습니다. 라이트룸·라이트룸 모바일의 "수평 자동 보정" 한 번이면 대부분 잡힙니다. 다만 보정으로 잘려나가는 가장자리 영역이 생기므로, 현장에서 잡는 게 가장 좋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셋째, 가장 어려운 자리는 건축 사진의 수직선입니다. 카메라를 위로 올려보면 건물의 수직선이 위로 좁아지는 사다리꼴로 휘어집니다. 입문기에는 카메라를 최대한 수평에 두고 찍는 것이 정답 — 위 공간이 많이 필요하면 한 발 물러서서 찍으세요. (전문가가 쓰는 틸트·시프트 렌즈는 사이드 코너 「틸트·시프트의 원리」 후보)
의도 없이 기울어진 사진은 무능, 의도된 기울임은 표현.
거리 사진가들이 일부러 카메라를 기울여 역동성을 만드는 더치 앵글(Dutch Angle)은 예외 — 다만 의도하고 한 것임이 한눈에 보이게 30도 이상 강하게. 어중간한 5도는 그저 실수처럼 보입니다.
Practice · 실습직접 해보기수평 슬라이더를 움직여보세요
- type: photo-tilt
- type: comfort-meter
정답을 맞히는 문제가 아니라, 지금 자기 사진에 바로 적용할 결정을 하나 고르는 연습입니다.
10-3. 삼분할·황금분할과 배치
사진가가 가장 자주 듣는 두 격자가 있습니다. 삼분할(Rule of Thirds) 과 황금분할(Golden Ratio). 이름은 다르지만 핵심 메시지는 같습니다 — "피사체를 중앙에서 살짝 비켜 놓아라."
삼분할 — 화면을 가로 3, 세로 3으로 나눠 9칸을 만듭니다. 그 격자의 네 교차점에 핵심 피사체를 두는 방식. 풍경에서는 수평선을 위 1/3 또는 아래 1/3에 두고, 인물에서는 눈을 위 1/3 선 가까이에 둡니다. 외우기 쉽고 거의 모든 카메라가 그리드 옵션으로 지원 — 입문기에 한 가지만 익히면 이게 정답.
황금분할 — 약 1:1.618의 비율로 더 미세하게 나눈 격자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파르테논, 르네상스 회화, 식물의 잎차례에서 자연 발견된 비율. 삼분할보다 살짝 더 중앙 쪽으로 들어옵니다. 차이가 미세해서 둘 다 익히려 하지 마세요 — 삼분할 하나에 익숙해진 다음 곁눈질만 해도 충분.
두 격자의 공통 정신은 한 줄로 요약됩니다.
"중앙 회피."
입문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피사체를 정확히 가운데에 두는 것입니다. 가운데 배치는 강렬하지만 정적입니다(증명사진·기념사진·10-9의 의도적 위반에 쓰임). 동적이고 자연스러운 사진은 살짝 비킨 자리에서 나옵니다.
실용 한 줄 적용.
- 풍경 → 수평선을 위 1/3 또는 아래 1/3로
- 인물 → 눈을 위 1/3 선에
- 움직이는 피사체 → 진행 방향 쪽이 비어 있도록 (다음 챕터 연결)
Practice · 실습직접 해보기구도 그리드를 켜고 끄며 비교해보세요
- type: photo-with-grid-overlay
- type: hotspot-marker
정답을 맞히는 문제가 아니라, 지금 자기 사진에 바로 적용할 결정을 하나 고르는 연습입니다.
10-4. 선·대각선·곡선 — 시선을 끄는 길
미술관에서 큐레이터가 동선을 설계하듯, 좋은 사진가는 보는 사람의 눈이 어디로 움직일지를 설계합니다. 그 동선의 안내선이 바로 선(line) 이에요. 사진 속 선은 보이지 않는 손가락처럼 시선을 끌고 다닙니다. 이렇게 시선을 피사체로 이끄는 선을 리딩 라인(Leading Line) 이라고 불러요.
세상은 이미 선으로 가득합니다. 도로·기찻길·강·해안선·다리 난간·돌담·복도·전봇대 줄·그림자 — 눈을 뜨면 보입니다. 핵심은 이 선이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끝나는가예요. 좋은 리딩 라인은 프레임 가장자리(주로 아래쪽)에서 출발해 주제로 수렴합니다. 시골길 끝의 외딴집, 기찻길 저편의 인물처럼요.
선의 성격에 따라 정서가 달라집니다.
- 수평선 — 안정·평온·고요. 잔잔한 바다, 지평선. 차분한 풍경의 바탕.
- 수직선 — 힘·위엄·성장. 나무 기둥, 마천루, 폭포. 높이와 권위.
- 대각선 — 운동·긴장·역동. 가장 강하게 시선을 끄는 선입니다. 정적인 수평·수직과 달리 방향과 속도감을 만들어요. 비탈길, 계단, 사선으로 뻗은 그림자.
- 곡선 — 우아·부드러움·여유. 특히 알파벳 S자 곡선은 시선을 천천히 굽이굽이 안으로 데려가, 사진에 깊이와 리듬을 동시에 줍니다. 굽이치는 강·해안선·구불구불한 산길.
막막할 땐 대각선을 찾으세요. 같은 장면이라도 정면에서 수평으로 담으면 밋밋한데, 몸을 살짝 옆으로 옮겨 선이 사선으로 뻗게 하면 사진이 즉시 살아납니다. 계단·길·울타리를 정면이 아니라 비스듬한 각도에서 잡는 것 — 입문기에 가장 효과가 빠른 한 동작이에요.
선들이 한 점으로 모이면(소실점·Vanishing Point) 효과는 극에 달합니다. 곧게 뻗은 가로수길, 끝없는 복도, 철길이 지평선의 한 점으로 수렴하는 강한 원근 구도지요. 시선을 거의 강제로 그 점에 꽂아버리는 강력한 장치라, 의도된 중앙 배치와 잘 어울립니다 (이 강한 구도의 활용은 10-9. 규칙은 깨라고 있다에서 다시 만납니다).
한 가지 주의. 리딩 라인은 주제로 데려가야 의미가 있습니다. 멋지게 뻗었지만 아무것도 없는 빈 곳으로 빠지는 선은 오히려 시선을 프레임 밖으로 흘려보내요. 선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를 셔터 전에 한 번 확인하세요.
[이미지: 3분할 비교 — (1) 시골길/기찻길이 아래에서 시작해 저편 인물로 수렴하는 대각선 리딩 라인, (2) 굽이치는 해안선의 S자 곡선, (3) 가로수길이 한 점으로 모이는 소실점 구도. 각 컷에 시선 흐름 화살표 오버레이]
10-5. 프레이밍·전경/배경·깊이와 스케일
사진의 가장 큰 숙명은 이것입니다 — 3차원 세계를 2차원 평면에 욱여넣어야 한다. 눈으로 본 그 광활한 산이 사진에선 납작한 엽서처럼 쪼그라드는 경험, 풍경 사진 입문자라면 다 겪습니다. 이 챕터는 그 납작함을 이기는 법, 즉 평면에 깊이(depth) 를 되살리는 기술입니다.
비결은 화면을 세 겹으로 쌓는 것이에요.
- 전경 (Foreground) — 카메라에 가장 가까운 층. 발밑의 들꽃, 앞쪽 바위, 흐릿하게 걸친 나뭇잎.
- 중경 (Midground) — 주제가 보통 놓이는 가운데 층.
- 배경 (Background) — 가장 먼 층. 산·하늘·수평선.
눈은 가까운 것과 먼 것이 겹쳐 보일 때 거리를 느낍니다. 그래서 전경에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넣는 한 동작만으로 사진은 갑자기 입체가 돼요. 광활한 산을 찍을 때 앞쪽에 들꽃 한 무더기나 바위 하나를 깔면, 보는 사람의 눈이 '가까운 꽃 → 먼 산'을 차례로 읽으며 깊이를 복원합니다. 입문기 풍경 사진이 밋밋한 가장 흔한 이유가 바로 전경의 부재예요.
풍경이 납작하면, 발밑을 보세요. 멋진 산 앞에서 한 발 뒤로 또는 아래로 내려가 전경을 한 겹 깔아주세요. 들꽃·돌·갈대·웅덩이의 반영 무엇이든. 이 한 겹이 엽서를 풍경으로 바꿉니다.
프레이밍(Framing) 도 깊이를 만드는 강력한 한 수입니다. 10-1에서 만난 '프레임 속 프레임' — 창문·문·아치·동굴 입구·늘어진 나뭇가지로 주제를 감싸는 기법 — 은 단지 시선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앞쪽의 프레임 + 뒤쪽의 주제라는 두 층을 만들어 깊이를 더합니다. 어두운 동굴 입구로 밝은 바깥 풍경을 담으면 명암 대비까지 더해져 효과가 배가돼요.
깊이의 단짝이 스케일(Scale) 입니다. 사진 속 크기는 절대적인 게 아니라 비교로 읽힙니다. 거대한 폭포·협곡·고목의 진짜 크기를 전하고 싶다면, 그 앞에 크기를 아는 무언가를 넣어야 해요. 바로 사람 한 명입니다. 웅장한 절벽 아래 점처럼 작은 사람 하나가 들어가는 순간, 보는 사람은 비로소 "저게 저렇게 크구나" 를 실감합니다. (이래서 10-1의 '프레임 비우기 — 풍경 속 작은 인물' 이 단지 서정만이 아니라 스케일의 장치이기도 한 거예요.)
깊이를 거드는 보조 도구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얕은 심도로 전경·배경을 흐려 주제를 띄우는 방식(M6. 심도와 초점), 멀수록 흐려지고 푸르게 옅어지는 대기 원근(공기 원근), 그리고 망원으로 층을 압착하는 압축 효과(M4. 렌즈) — 모두 깊이를 더하거나 빼는 손잡이입니다.
셔터 전 3초 습관: 앞·가운데·뒤에 무엇이 있나? 주제(가운데)만 보지 말고, 전경 한 겹과 배경 한 겹을 의식적으로 점검하세요. 세 층이 다 의미를 가질 때 사진은 평면을 벗어납니다.
[이미지: 2분할 비교 — (위) 같은 산 풍경: 전경 없이 밋밋한 컷 vs 앞쪽에 들꽃을 한 겹 깐 입체적인 컷, (아래) 거대한 폭포/절벽 앞 점처럼 작은 사람이 스케일을 드러내는 컷 + 동굴 입구로 바깥을 담은 프레임 속 프레임 컷]
10-6. 여백과 figure-ground — 시선의 방향
인물 사진에서 가장 자주 어긋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시선 여백. 인물이 보고 있는 방향에 공간이 부족한 사진은, 보는 사람의 시선도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줍니다.
규칙은 한 줄입니다.
"인물이 보는 방향에 여백을 더 두어라."
피사체가 왼쪽을 보고 있다면 프레임의 왼쪽이 비어 있어야 합니다. 오른쪽을 보면 오른쪽이 비어 있어야 하지요. "시선이 가는 쪽이 사진의 무게 중심" 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옵니다.
같은 원리가 움직이는 피사체에도 적용됩니다.
- 달리는 사람 → 진행 방향 쪽 공간이 더 넓게
- 자전거·차 → 가는 쪽이 비어 있게
- 새가 날아가는 풍경 → 새가 향하는 쪽에 하늘
이걸 어기면 "피사체가 곧 프레임 밖으로 사라질 것 같은" 답답한 사진이 됩니다.
예외 한 가지. 의도적으로 "갇힌 느낌" 을 만들고 싶을 때는 일부러 시선 방향을 막아 답답함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드라마틱 다큐멘터리, 사회 비판 사진). 다만 이건 의도된 위반이라 10-9에서 다룹니다.
여백의 또 다른 의미.
여백은 단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호흡입니다. 사진을 보는 사람의 눈이 피사체로 들어왔다가 다시 나갈 수 있는 길. 모든 자리가 가득 차 있으면 눈이 쉬지 못합니다 — 그래서 다음 챕터에서 "프레임 채우기 vs 비우기" 의 균형을 다룹니다.
연습 한 줄. 다음 외출에서 인물·반려동물 사진을 찍을 때, 셔터를 누르기 직전 피사체의 시선 방향을 한 번만 의식해보세요. 그쪽에 공간이 더 있는지 — 없다면 카메라를 살짝 옆으로 돌리세요. 이 한 동작이 인물 사진의 절반을 바꿉니다.
Practice · 비교 실습직접 해보기같은 인물, 다른 시선 여백 — 토글로 비교해보세요
- label: "여백이 시선 쪽 (안정)
- label: "여백이 반대쪽 (답답)
- label: "여백 없이 가운데 (정적)
정답을 맞히는 문제가 아니라, 지금 자기 사진에 바로 적용할 결정을 하나 고르는 연습입니다.
10-7. 대칭·패턴 그리고 패턴 깨기
지금까지의 챕터가 "중앙을 피하라" 고 말했는데, 이 챕터는 반대로 시작합니다. 때로는 완벽하게 가운데, 완벽하게 대칭일 때 가장 강한 사진이 나오거든요. 잔잔한 호수에 산이 거울처럼 비치는 반영(reflection) 사진, 좌우가 똑 닮은 웅장한 성당 천장 — 보는 순간 질서의 쾌감이 옵니다.
대칭(Symmetry). 좌우 또는 상하가 거울처럼 닮은 구도입니다. 안정감·균형·장엄함·격식을 줘요. 두 종류만 알면 됩니다 — 좌우 대칭(건축 정면, 마주 본 두 사람)과 상하 대칭(물·유리에 비친 반영). 대칭의 생명은 정확함이라, 이때만큼은 삼분할을 버리고 대칭축을 화면 정중앙에 칼같이 맞춰야 합니다. 1도만 틀어져도 어색해져요. 10-2에서 켜둔 전자 수평계가 여기서 다시 큰 일을 합니다.
반영 사진의 한 줄 팁: 카메라를 낮추세요. 수면에 바싹 붙여 카메라를 낮출수록 반영이 넓고 또렷하게 잡힙니다. 바람 없는 이른 아침, 비 온 뒤 고인 물웅덩이가 최고의 거울이에요.
패턴(Pattern). 같은 요소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구도입니다. 기와지붕의 물결, 건물 창문의 격자, 시장의 과일 더미, 단풍잎의 무리. 반복은 리듬과 질감을 만들어, 프레임을 가득 채우면(10-1의 프레임 채우기) 그 자체로 추상적인 아름다움이 됩니다. "어디까지가 프레임 끝인지 모르게" 패턴이 화면 밖으로 계속 이어지는 듯 잘라내면 더 강해져요.
여기서 이 챕터의 진짜 핵심이 등장합니다 — 패턴 깨기 (Breaking the Pattern).
반복은 무대를 깔고, 단 하나의 예외가 주인공이 된다.
똑같은 노란 우산 수십 개 사이에 빨간 우산 하나, 줄지어 선 흰 새들 사이에 고개를 돌린 한 마리, 규칙적인 창문 격자에서 홀로 열린 창 하나. 패턴이 기대를 만들고, 그 기대를 깨는 단 하나의 요소가 강력한 주제가 됩니다. 시선은 본능적으로 어긋난 것에 꽂히거든요. 패턴과 패턴 깨기는 늘 한 쌍입니다 — 규칙이 촘촘할수록 예외 하나가 더 빛납니다.
주의할 점 하나. 깨는 요소는 하나여야 강합니다. 예외가 둘셋 늘어나면 그건 더 이상 '깨진 패턴'이 아니라 또 다른 산만함이에요. 하나의 패턴 + 하나의 파격 — 이 단순함을 지키세요.
(이 '패턴 깨기'는 피사체로서의 파격입니다. 구도의 규칙 자체를 의도적으로 어기는 이야기는 다음다음 10-9. 규칙은 깨라고 있다에서 따로 다뤄요.)
[이미지: 2분할 — (위) 잔잔한 호수에 산이 반영된 상하 대칭 + 좌우 대칭 성당 천장, (아래) 노란 우산 무리 속 빨간 우산 하나처럼 '패턴 깨기'로 시선이 한 점에 꽂히는 컷]
10-8. 시점·카메라 높이·앵글
같은 강아지를 두고, 서서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과 바닥에 엎드려 눈높이를 맞춰 찍은 사진은 완전히 다른 강아지처럼 보입니다. 피사체도 렌즈도 그대로인데 말이죠. 바뀐 건 단 하나, 카메라의 높이와 각도 — 즉 어디서 보느냐(viewpoint) 입니다. 입문자의 99%가 가진 습관이 하나 있어요. 선 키 그대로, 눈높이에서만 찍는 것. 그래서 세상 사진이 다 비슷비슷해집니다.
높이를 세 자리로 나눠 봅니다.
- 눈높이 (Eye Level) — 선 채 그대로. 가장 자연스럽고 우리가 평소 보는 시선이라 안정적이지만, 가장 평범하기도 합니다. 인물의 눈을 마주 보는 정직한 자리.
- 로우 앵글 (Low Angle) — 아래에서 위로. 무릎을 굽히거나 바닥에 앉아 올려다보며 찍습니다. 피사체가 크고·당당하고·영웅적으로 보여요. 작은 강아지·아이를 그들의 세계처럼 웅장하게, 건물을 위압적으로. 하늘을 배경으로 깔 수 있어 배경이 깔끔해지는 덤도 있습니다.
- 하이 앵글 (High Angle) — 위에서 아래로. 의자에 올라가거나 팔을 뻗어 내려다보며 찍습니다. 피사체가 작고·귀엽고·연약해 보이거나, 장면 전체를 지도처럼 정리해 보여줍니다. 음식 사진의 플랫레이(top-down), 카페 테이블, 골목 풍경.
극단으로 가면 버즈아이(Bird's-eye, 완전 수직 위) 와 웜즈아이(Worm's-eye, 완전 바닥) 가 됩니다. 드론 없이도 식탁 위 음식을 정수리에서 내려찍는 플랫레이가 버즈아이의 일상판이에요.
이 모듈에서 단 하나만 가져간다면: 무릎을 굽히세요. 가장 빠르게 사진이 '달라 보이게' 만드는 동작입니다. 아이·반려동물·꽃·음식 — 작은 것을 찍을 땐 그것의 눈높이까지 내려가세요. 위에서 내려찍은 강아지 사진과, 바닥에 엎드려 눈을 맞춘 강아지 사진의 차이를 한 번 겪으면 다시는 서서 찍지 않게 됩니다.
높이만큼 중요한 게 방향(앞·옆·뒤) 입니다. 같은 인물도 정면·측면·뒷모습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해요. 특히 피사체 주위를 한 바퀴 돌며 빛과 배경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는 습관 — 9-3에서 배운 빛의 방향과 합쳐지면, 같은 자리에서도 수십 장의 다른 사진이 나옵니다. (반영을 노릴 때 10-7에서 "카메라를 낮추라" 고 한 것도 결국 이 높이 이야기였어요.)
셔터 전 한 번의 질문: "지금 이 높이가 최선인가?" 한 컷을 눈높이에서 찍었다면, 반드시 한 번은 쪼그려서, 한 번은 높여서 더 찍어보세요. 자리는 공짜고, 나중에 고를 수 있습니다. 발과 무릎을 쓰는 사진가가 결국 다른 사진을 가져갑니다.
[이미지: 같은 피사체(강아지 또는 아이)를 세 높이로 찍은 비교 3컷 — 하이 앵글(위에서, 작고 귀엽게) · 눈높이(평범·정직) · 로우 앵글(아래에서, 크고 당당하게). 옆에 카메라 위치를 보여주는 측면 도식]
10-9. 규칙은 깨라고 있다 — 의도된 위반
지금까지 네 챕터를 통해 익힌 규칙들이 있습니다.
- 수평·수직은 무너지지 말 것
- 피사체를 중앙에서 살짝 비킬 것 (삼분할·황금분할)
- 시선 방향에 여백을 둘 것
- 프레임의 정보량을 의도적으로 통제할 것
그리고 5번째 챕터는 정확히 그 반대를 말합니다.
모든 규칙은 깨라고 있다 — 단, 알고서 깰 때만.
규칙을 몰라서 깬 사진과 알고서 깬 사진은 완전히 다릅니다. 전자는 실수, 후자는 표현이에요. 입문기의 함정은 "규칙은 답답하니까 그냥 마음대로 찍자" 가 아니라 "규칙을 먼저 외우고 익숙해진 다음, 의도적으로 어겨라" 입니다.
의도된 위반의 대표 예 몇 가지.
- 중앙 배치 — 삼분할을 깨고 피사체를 정확히 한가운데. 증명사진의 자리이자 대칭의 미. 강렬하지만 정적. 거장의 흑백 인물에 자주 등장.
- 수평 더치 앵글 — 카메라를 강하게 (30도 이상) 기울여 역동성. 거리 사진·뮤직비디오·액션 영화의 자리.
- 시선 여백 반대로 — 인물의 시선 방향을 막아 답답함·갇힘·긴장. 사회 비판 다큐멘터리, 심리 표현.
- 소실점 강조 — 모든 선이 한 점으로 수렴하는 강한 원근 구도. 건축·도시 사진의 드라마틱 효과. (PDF에 단독 슬라이드 있음, 위 4종 외 별도 챕터로 다룰 가치 있음)
- 프레임 완전 비우기 — 피사체를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미니멀리즘의 극단.
이 위반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왜 깼는지"가 사진 안에서 한눈에 보입니다. 어중간한 위반은 그저 실수처럼 보이고, 명확한 위반은 표현이 됩니다.
마지막 한 줄. 이 모듈을 마치고 다음 외출에서 "오늘은 삼분할만 한 달 의식해서 찍기" 처럼 한 규칙을 한 달 들고 다녀보세요. 한 달 뒤에 다음 규칙으로 넘어가고, 다섯 달이 지나면 5규칙이 손에 익습니다. 그때 비로소 깨도 됩니다.
다음 모듈에서 후보정을 다룹니다. 셔터를 누른 다음의 시간이에요.
Practice · 자가 점검직접 해보기다음 사진에서 어떤 구도 규칙이 깨졌을까요? 그리고 그것이 의도된 것일까요?
- q: "인물이 프레임 정중앙에 배치되어 있고 시선은 카메라를 직접 응시
- q: "수평선이 약 30도 기울어져 있고 인물이 달리는 모습
- q: "달리는 사람 뒤쪽이 비어 있고 앞쪽이 막혀 있음
- q: "풍경 한가운데 사람이 점처럼 작게 보임
정답을 맞히는 문제가 아니라, 지금 자기 사진에 바로 적용할 결정을 하나 고르는 연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