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Foundations심도와 초점
Module 6 · 심도와 초점

심도와 초점

4 챕터·7·송헌 강사

6-1. 무엇이 심도를 정하나 — 조리개·거리·초점거리·센서

인물 사진의 보들보들한 배경 흐림을 보면 누구나 "나도 저렇게 찍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따라 하면 배경이 멀쩡하게 다 보이죠. 비밀은 조리개 하나가 아닙니다. 심도(Depth of Field) — 초점이 또렷하게 맞는 앞뒤 폭 — 는 네 개의 손잡이가 함께 만듭니다.

M5. 노출의 삼각형의 5-2에서 첫 번째 손잡이는 이미 만났어요. 조리개입니다. 여기에 세 개를 더하면 그림이 완성됩니다.

① 조리개 — F값이 작을수록 얕다. F1.8은 종이 한 장처럼 얇게, F11은 두툼하게 또렷합니다. 가장 직관적인 손잡이.

② 피사체와의 거리 — 가까이 갈수록 얕다. 같은 F값이라도 꽃에 바짝 다가가면 배경이 사르르 녹습니다. 멀찍이서 찍으면 같은 F값도 또렷해져요. 꽃·음식·반지 접사에서 배경이 유독 잘 날아가는 이유가 이겁니다.

③ 초점거리 — 길수록(망원일수록) 얕다. 85mm·135mm 같은 망원으로 멀리서 당겨 찍으면 배경이 크게 흐려지고 압축됩니다. 24mm 광각은 같은 조건에서 배경이 또렷하게 남고요. (왜 망원이 배경을 '당겨와 키우는지'는 M4. 렌즈의 원근감·압축 이야기와 한 몸입니다.)

④ 센서 크기 — 클수록 (같은 화각·구도라면) 얕다. 풀프레임이 같은 구도에서 폰·APS-C보다 배경을 더 잘 흐립니다. M3. 센서와 화질에서 짚은 "풀프 = 얕은 심도가 쉽다" 의 뿌리예요. 다만 이건 같은 구도를 맞췄을 때의 이야기 — 크롭 바디라도 ②③을 쓰면 충분히 흐릴 수 있습니다.

외우기 좋은 한 줄.

흐림을 키우려면 — 조리개 열고(F↓), 피사체에 다가가고, 망원으로 당기고, 큰 센서로. 반대로 하면 풍경처럼 앞부터 끝까지 또렷해집니다.

실전에서 가장 강력한 조합은 ②와 ③ 입니다. 조리개는 한계가 있지만(F1.8이 끝), 피사체에 다가가 망원으로 당기는 것은 폰·키트렌즈로도 당장 됩니다. 인물을 찍을 때 한 발 다가가 50mm로 당기기만 해도 배경이 눈에 띄게 부드러워져요.

반대 방향도 잊지 마세요. 풍경에서 앞 꽃부터 먼 산까지 다 또렷하게 담고 싶다면 — F8~F11로 조이고, 광각으로, 피사체에서 적당히 물러나면 됩니다. 흐림과 또렷함은 같은 네 손잡이의 양쪽 끝일 뿐이에요.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네 손잡이를 하나씩 움직여보세요. 한 변수를 바꿀 때 흐림 영역이 어떻게 넓어지고 좁아지는지 — 말이 아니라 눈으로 잡으면 다이얼 앞에서 손이 망설이지 않습니다.

Practice · 실습직접 해보기

무엇을 바꾸면 배경이 흐려질까?

  • type: slider
  • type: slider
  • type: slider
  • type: toggle
  • type: dof-band

정답을 맞히는 문제가 아니라, 지금 자기 사진에 바로 적용할 결정을 하나 고르는 연습입니다.

심도를 마음대로 늘리고 줄일 수 있게 됐으니, 이제 그 또렷한 영역을 정확히 어디에 둘 것인가 — 초점을 맞추는 방법으로 넘어갑니다.

[이미지: 같은 인물을 네 변수별로 비교한 2x2 그리드 — (좌상)F1.8 vs (우상)F11, (좌하)1m 근접 vs (우하)5m 거리. 각 사진 하단에 또렷한 영역을 나타내는 띠 도식]


6-2. 초점 방식 — AF-S vs AF-C vs MF

셔터를 반쯤 눌렀을 때 "띠" 하고 초점이 잡힙니다. 그 짧은 순간에 카메라가 두 가지 결정을 합니다. 어디에 맞출까(초점 영역)한 번 잡을까, 계속 따라갈까(AF 모드).

먼저 초점 영역부터.

  • 단일점 (Single Point) — 화면 안의 한 점만 사용. 내가 어디를 찍는지 카메라에게 정확히 알려주는 방식. 정물·정면 인물·풍경의 정밀 작업에 강함.
  • 존 / 와이드 (Zone · Wide · Group) — 일정 영역 안에서 카메라가 가장 적합한 점을 선택.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따라잡을 때.
  • 트래킹 / 광역 (Tracking · Auto Area) — 카메라가 피사체를 알아서 찾아 따라감. 현대 미러리스의 강점.
  • 눈 인식 AF (Eye-AF) — 사람·동물의 눈에 자동 초점. 인물 사진에서는 무조건 켜세요. 미러리스의 가장 큰 마법.

다음은 AF 모드.

  • AF-S (One Shot · Single AF) — 한 번 잡고 고정. 셔터를 떼고 다시 누를 때까지 그대로. 정물, 가만히 있는 인물, 풍경.
  • AF-C (AI Servo · Continuous AF) — 셔터 반누름 동안 계속 초점을 따라잡음. 움직이는 아이, 달리는 반려동물, 스포츠.
  • AF-A (Auto AF) — 카메라가 둘 중 하나를 알아서 선택. 입문기에는 부담을 줄여줍니다.

한 줄 결정 가이드.

무엇이 움직이는가? 무엇이 멈춰 있는가?

멈춤 → 단일점 + AF-S. 움직임 → 존/와이드 + AF-C. 사람의 얼굴이 보이면 어떤 경우든 Eye-AF를 함께 켜두세요. 이 세 가지만 손에 익으면 일상의 90%가 처리됩니다.

마지막 한 가지. 포커스 락 후 구도 재배치(Focus and Recompose) 라는 옛 기법이 있습니다. 가운데 점으로 초점을 잡고, 셔터 반누름을 유지한 채 카메라를 옆으로 돌려 구도를 만드는 방식. DSLR 시대의 표준이었지만, 현대 미러리스의 자유로운 초점 점 이동과 Eye-AF 앞에서는 옛 추억이 됐습니다. 지금 입문하시는 분은 처음부터 원하는 자리에 초점을 직접 두는 습관이 낫습니다.

Practice · 실습직접 해보기

움직이는 피사체에 어떤 AF 모드를 쓸까?

  • 가만히 있는 정물
  • 천천히 걷는 사람
  • 빠르게 달리는 아이
  • 시속 80km로 지나가는 차
  • type: animated-subject

정답을 맞히는 문제가 아니라, 지금 자기 사진에 바로 적용할 결정을 하나 고르는 연습입니다.


6-3. AF 영역 모드 — 단일점·존·추적 + 초점 후 재구성

6-2에서 카메라가 "어디에 맞출까""한 번 잡을까 계속 따라갈까" 두 결정을 한다고 했죠. 이번엔 첫 번째 결정 — 어디에 — 를 손에 익힙니다. 같은 AF라도 얼마나 넓은 영역에 자유를 주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도구가 됩니다.

비유하자면 손전등 빛의 넓이입니다. 좁게 모으면 정확히 한 곳을, 넓게 펼치면 영역을 두루 비추죠. AF 영역 모드가 딱 그 빛의 넓이예요.

단일점 (Single Point) — 내가 운전대를 잡는다. 화면의 점 하나만 사용. 그 점을 내가 직접 원하는 자리로 옮깁니다. 카메라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으니 가장 정확해요. 정물, 정면 인물의 눈동자, 풍경에서 또렷하게 둘 곳이 분명할 때 1순위. 입문기에 기본값으로 삼기 가장 좋은 모드입니다 — 초점이 어디 맞았는지 항상 내가 알거든요.

존 / 그룹 (Zone · Group) — 카메라에게 동네를 정해준다. 화면의 한 구역을 지정하면, 그 안에서 카메라가 가장 가까운/적합한 대상을 고릅니다. 단일점보다 빠르고 트래킹보다 통제됩니다. 불규칙하게 움직이지만 화면 어느 쪽에 있을지 대강 아는 피사체 — 한쪽으로 뛰노는 아이, 풀밭의 강아지 — 에 강합니다.

광역 / 트래킹 (Wide · Auto Area · Tracking) — 카메라에게 운전대를 넘긴다. 화면 전체에서 카메라가 알아서 주제를 찾고 따라다닙니다. 현대 미러리스의 피사체 인식과 만나면 무섭게 정확해지지만, 카메라가 엉뚱한 걸 주인공으로 고를 위험도 있어요. 무엇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새·스포츠·아이 난장판에 어울립니다.

고르는 법 — 초점 둘 곳이 분명할수록 좁게, 예측 불가일수록 넓게.

또렷이 둘 곳을 안다 → 단일점. 대략 안다 → 존. 전혀 모른다 → 광역/트래킹. 애매하면 단일점부터. 카메라가 헤맬 일이 없는 게 입문기엔 가장 마음 편합니다.

이제 옛 기법 하나를 제대로 짚고 갑니다. 6-2에서 초점 후 재구성(Focus and Recompose)"옛 추억" 이라 불렀죠. 왜 그런지 한 번은 알아야 언제 써도 되고 언제 위험한지 판단이 섭니다.

방식은 이렇습니다. 가운데 점으로 피사체에 초점을 잡고, 반셔터를 유지한 채 카메라를 옆으로 돌려 구도를 다시 잡은 뒤 셔터를 누릅니다. DSLR 시대엔 가장자리 초점 점의 성능이 떨어져서, 제일 정확한 가운데 점으로 잡고 돌리는 게 표준이었어요.

문제는 카메라를 돌리는 순간 초점면도 함께 회전한다는 데 있습니다. 평행 이동이 아니라 호를 그리며 틀어지죠. 피사체가 멀고 조리개를 조였다면(깊은 심도) 티가 안 나지만, F1.4로 인물 얼굴에 바짝 붙은 얕은 심도에서는 눈에 맞췄던 초점이 코끝이나 귀로 살짝 밀려납니다. 가장 또렷해야 할 자리가 빗나가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입문하는 분께는 — 초점 점을 직접 옮기는 습관이 낫습니다.

미러리스는 초점 점을 화면 구석까지 자유롭게 옮길 수 있고, 다음 챕터의 눈 인식 AF가 알아서 눈을 잡아줍니다. 돌릴 필요 자체가 사라진 거죠. 초점 후 재구성은 깊은 심도의 풍경 정도에서만 가끔 쓰는, 알아두되 의존하지 않을 기법입니다.

[이미지: AF 영역 모드 3종 비교 — (좌)단일점 한 점, (중)존 격자 묶음, (우)광역 전체. 별도로 초점-후-재구성 시 초점면이 호를 그리며 틀어져 인물 눈에서 코로 밀리는 도식]


6-4. 백버튼 포커스·눈/피사체 인식 AF

자동차 운전을 배울 때, 가속과 제동을 한 페달로 한다고 상상해보세요. 끔찍하죠. 그런데 많은 입문자가 카메라를 정확히 그렇게 씁니다 — 초점과 촬영을 셔터 버튼 하나로 동시에 처리하면서요. 이걸 두 페달로 나누는 게 백버튼 포커스(Back-Button Focus) 입니다.

기본 설정에선 셔터를 반쯤 누르면 초점이 잡히고 끝까지 누르면 찍힙니다. 백버튼 포커스는 초점 기능을 셔터에서 떼어내, 엄지로 누르는 뒷면 버튼(보통 AF-ON, 또는 메뉴에서 지정)으로 옮깁니다. 그러면 셔터 버튼은 오직 촬영만 담당하죠.

엄지로 초점, 검지로 셔터 — 이 분리가 주는 이점이 큽니다.

  • 초점 고정이 저절로 된다. 엄지를 떼면 그 자리에 초점이 멈춥니다. 6-3의 초점 후 재구성을 반셔터 씨름 없이 자연스럽게 해요. 같은 거리의 여러 컷을 연속으로 찍을 때 매번 다시 초점 잡느라 버벅이지 않습니다.
  • AF-S와 AF-C의 경계가 사라진다. 엄지를 누르고 있으면 계속 따라가고(AF-C처럼), 떼면 그 자리 고정(AF-S처럼). 모드를 바꿔 끼울 필요 없이 엄지 하나로 오갑니다.
  • 셔터가 초점 때문에 머뭇대지 않는다. 결정적 순간에 초점을 다시 잡느라 셔터가 지연되는 일이 없어집니다. 이미 엄지로 잡아뒀으니까요.

입문기에 꼭 지금 바꿔야 하나? — 아니요. 알아두고, 한 번 시도해보세요.

백버튼 포커스는 손가락 습관을 다시 들이는 일이라 처음 며칠은 오히려 사진을 놓칩니다. 움직이는 아이·반려동물을 자주 찍거나, 같은 거리로 여러 컷을 담는 일이 잦아질 때 진가가 나옵니다. 그때 메뉴에서 AF-ON에 초점을 옮기고 일주일만 버텨보세요. 돌아가지 못하게 됩니다.

다음은 미러리스 시대의 진짜 마법 — 피사체 인식 AF. 6-2에서 "인물이면 무조건 켜라" 고 했던 눈 인식(Eye-AF)이 그 대표 선수입니다. 여기서 조금 더 깊이 봅니다.

요즘 카메라는 화면에서 무엇이 주인공인지 스스로 알아봅니다. 사람의 얼굴을 찾고, 다시 그 안에서 눈동자를 집어 초점을 박습니다. 사람이 등을 돌리면 머리·몸으로, 다시 돌아보면 눈으로 — 끈질기게 따라붙어요. 최신 기종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개·고양이·새), 자동차·비행기, 곤충까지 인식 대상을 메뉴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이게 왜 혁명이냐면, 가장 어려운 초점을 카메라가 대신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 인물의 눈 — 얕은 심도에서 가장 또렷해야 할 단 한 곳. 사람이 움직여도 눈에서 초점이 떠나지 않습니다. 6-3의 초점-후-재구성이 필요 없어진 결정적 이유.
  • 반려동물 — 가만있지 않는 강아지의 눈을 손으로 따라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만, 동물 눈 인식은 해냅니다.
  • 여러 명 — 화면에 얼굴이 여럿이면 카메라가 하나를 고르는데, 조이스틱이나 터치로 주인공을 직접 지정할 수 있어요. 단체 속 한 사람에게 초점을 줄 때 유용합니다.

실전 기본 세팅 한 줄. — 피사체 인식 ON + 단일점/존 + (가능하면) 백버튼.

인식 AF를 켜두면 평소엔 단일점으로 내가 통제하다가, 화면에 얼굴이 들어오는 순간 카메라가 눈을 낚아챕니다. 통제와 자동의 좋은 점만 가져가는 조합이에요. 인물·여행·일상 스냅의 90%가 이 한 세팅으로 또렷해집니다.

심도를 의도대로 조절하고(6-1), 멈춤·움직임에 맞는 AF 모드를 고르고(6-2), 영역을 좁히고 넓히고(6-3), 초점을 엄지로 떼어내고 카메라의 눈에 맡기는 법(6-4)까지 — 사진의 선명함을 손에 쥐었습니다. 더 깊은 초점의 세계는 옆길에 있습니다.

📚 더 깊이 들어가기과초점거리·회절·초점 스태킹 → 풍경에서 앞부터 무한대까지 또렷하게 만드는 과초점거리, 너무 조였을 때의 회절, 여러 장을 합쳐 전부 또렷하게 만드는 초점 스태킹 — 한 끗 더 들어가고 싶은 분을 위한 옆길.

[이미지: 카메라 뒷면에서 엄지로 AF-ON 버튼을 누르는 손 클로즈업, 그리고 인물·강아지의 눈에 초록색 인식 AF 사각 프레임이 박힌 화면 예시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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