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Foundations화이트밸런스와 색
Module 8 · 화이트밸런스와 색

화이트밸런스와 색

4 챕터·4·송헌 강사

8-1. 색온도(켈빈) — 빛에도 색이 있다

같은 흰 종이가 형광등 아래에선 푸르스름하게, 백열등 아래에선 노랗게 보입니다. 우리 눈은 자동으로 보정해서 흰색이라고 인식하지만, 카메라는 그대로 기록합니다. 그 색을 의도대로 맞추는 게 화이트밸런스(White Balance, WB)입니다.

빛의 색을 숫자로 표현하는 단위가 켈빈(Kelvin, K) 입니다.

  • 2500K — 백열등 · 촛불. 매우 따뜻한 주황빛.
  • 3500K — 형광등(텅스텐). 따뜻한 노란빛.
  • 5500K — 정오의 햇빛. 중성 백색.
  • 7500K — 흐린 날의 하늘. 시원한 푸른빛.
  • 9000K — 그늘. 매우 시원한 푸른빛.

카메라의 WB 프리셋은 이 켈빈 값을 미리 짜둔 것입니다.

  • 자동 (AWB) — 카메라가 알아서 판단. 입문기에 권장. 대부분 잘 맞춤.
  • 햇빛 / 흐림 / 그늘 / 텅스텐 / 형광등 / 플래시 — 상황 맞춤 프리셋. 자동이 헤맬 때 직접 지정.
  • 커스텀 / Kelvin — 회색카드 또는 K값을 숫자로 직접 입력. 정밀 작업.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결정적인 한 가지.

RAW로 찍으면 WB는 나중에 자유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JPG는 카메라 안에서 WB가 굳어버린 결과입니다. 잘못 잡으면 영영 회복이 어려워요. RAW는 빛의 원자료 그대로라 라이트룸·다크룸 같은 후보정 도구에서 2500K부터 10000K까지 슬라이더 한 번에 자유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RAW를 찍을 가치가 있어요.

입문기의 황금 워크플로우는 정해져 있습니다.

자동 WB로 찍고 → RAW로 저장 → 후보정에서 정확히 잡기. 현장에서 WB를 두고 고민하는 시간보다 셔터에 집중하는 시간이 더 가치 있습니다. M11 후보정 모듈에서 WB 슬라이더를 직접 만져보게 됩니다.

말로 듣는 색온도 이론은 어렵습니다. 슬라이더를 직접 움직여 빛의 색이 바뀌는 걸 눈으로 확인해보세요. 좌측엔 「빛 source」 가 따뜻한 주황 ↔ 시원한 파랑으로 변화하고, 우측엔 같은 사진의 톤이 동기 변화합니다. ★ 5500K (정오의 햇빛) 자리가 중성 기준입니다.

✎ 색온도 직접 조절
light source · kelvin
5500 K정오 햇빛
WB 색온도 시뮬레이션
WB tint
2500300035004500550065007500850010000
색온도
5500K
프리셋
정오 햇빛
중성
💬 ★ 정오의 햇빛. 중성 기준 — 후보정 출발선.

위 슬라이더에서 5500K 양쪽으로 갈수록 사진이 주황빛(낮은 K)이나 푸른빛(높은 K)으로 변하는 게 바로 「잘못된 WB 의 흔적」 입니다. 자동 WB 가 정확하면 5500K 같은 중성 톤에서 멈춰있고, 헤매면 양쪽으로 치우칩니다.


8-2. WB 프리셋·오토 WB — 언제 실패하나

스마트폰 카메라를 그냥 들이대도 색이 대체로 맞죠. 그게 오토 화이트밸런스(AWB) 입니다 — 8-1에서 본 켈빈 값을 카메라가 장면을 분석해 알아서 고르는 기능이에요. 똑똑한 비서 같아서, 입문기엔 AWB만 켜둬도 90%는 해결됩니다. 그런데 이 비서가 유독 헤매는 자리가 있습니다.

AWB가 흔들리는 대표 상황입니다.

  • 한 가지 색이 화면을 뒤덮을 때 — 단풍으로 가득 찬 내장산, 온통 초록인 숲. 카메라가 "이 주황빛은 빛 색인가, 단풍 색인가?" 헷갈려 엉뚱하게 보정합니다.
  • 빛이 섞일 때 — 창가 자리. 실내 백열등(따뜻함)과 창밖 햇빛(차가움)이 한 프레임에. 어느 쪽에 맞춰도 한쪽이 틀어집니다.
  • 해질녘·골든아워 — 따뜻한 노을빛을 AWB가 "색이 틀어졌네" 며 중성으로 되돌려 — 그 황금빛 감성이 밋밋해집니다.
  • 실내 인공조명 — 식당의 텅스텐, 사무실 형광등에서 살짝 누렇거나 푸르게.

이럴 때 꺼내는 게 WB 프리셋입니다. 8-1에서 본 햇빛·흐림·그늘·텅스텐·형광등 — 각 상황의 켈빈 값을 미리 고정해둔 단축키예요. AWB가 매번 새로 판단하는 것과 달리, 프리셋은 "무조건 이 색 기준" 으로 일관되게 찍습니다.

프리셋의 진짜 쓸모는 '일관성'과 '의도'입니다.

같은 카페에서 여러 컷을 찍는데 AWB가 컷마다 미세하게 다른 색을 주면 나중에 보정이 번거롭죠. 흐림 프리셋으로 고정하면 전부 같은 톤 → 한 번에 보정 끝. 또 노을을 일부러 더 따뜻하게 남기고 싶을 땐 그늘 프리셋(높은 K)으로 의도적으로 주황을 강조할 수 있어요. AWB는 색을 지우려 하지만, 프리셋은 색을 지킵니다.

물론 8-1의 황금 한 줄이 여기서도 안전망입니다 — RAW로 찍었다면 AWB가 틀려도 후보정에서 슬라이더 한 번에 되돌립니다. 그래서 입문기 권장은 변함없어요. 평소엔 AWB + RAW, AWB가 헤매는 게 현장에서 눈에 보일 때만 프리셋으로 손을 댑니다.

[이미지: 같은 골든아워 노을 장면 두 장 — AWB가 따뜻함을 지워 밋밋해진 컷 vs 흐림/그늘 프리셋으로 황금빛이 살아난 컷]

8-3. 커스텀 WB·그레이카드 + RAW면 나중에 바꾼다

화가가 색을 칠하기 전, 흰 도화지가 진짜 흰지 먼저 확인하는 것과 같습니다. 커스텀 화이트밸런스는 카메라에게 "지금 이 빛 아래에서 '진짜 흰색'은 바로 이거야" 라고 직접 가르치는 기능이에요. 8-2의 AWB나 프리셋이 추측이라면, 커스텀 WB는 측정입니다.

방법은 도구 하나로 끝납니다. 그레이카드(또는 화이트카드)7-1에서 본 18% 중간 회색으로 정확히 칠해진 판입니다. 색에 치우침이 없는 중립 기준면이에요.

쓰는 순서는 간단합니다.

  1. 찍을 빛 아래에 그레이카드를 둔다(피사체가 받는 그 빛 그대로).
  2. 카드가 화면을 채우게 한 컷 찍는다.
  3. 카메라 메뉴의 커스텀 WB에서 그 사진을 기준으로 지정한다.
  4. 이제 카메라는 그 빛에서 회색을 진짜 회색으로 맞춥니다 — 섞인 조명이든 특수 LED든.

하지만 입문자에게 더 중요한 건 그 반대편 진실입니다 — RAW면 이 과정을 현장에서 안 해도 됩니다.

8-1에서 못 박은 그 한 줄이 여기서도 핵심이에요. RAW로 찍었다면 화이트밸런스는 촬영 후에 정해도 똑같습니다. 후보정에서 스포이드(흰색 점 찍기) 로 사진 속 회색·흰색을 클릭하면 — 그레이카드를 현장에서 들이댄 것과 동일한 결과를 책상에서 얻어요. 셔터 기회를 놓치며 카드를 꺼내느니, 프레임 안에 회색인 무언가(흰 벽·회색 길)만 하나 담아두면 나중에 그걸 기준 삼으면 됩니다.

그래서 커스텀 WB·그레이카드는 JPG로 정확한 색을 즉시 내야 하는 상황 — 제품 촬영, 음식 메뉴판, 같은 색을 보장해야 하는 상업 작업 — 의 도구입니다. 여행·일상 입문자라면 외울 건 하나예요. AWB + RAW로 찍고, 색이 중요하면 회색 기준 하나만 프레임에 담아둔다. 정밀함은 책상에서 7-4의 히스토그램·스포이드와 함께 마무리하면 충분합니다.

[이미지: 그레이카드를 든 손이 카페 창가 빛 아래 놓인 장면과, 후보정 화면에서 스포이드로 사진 속 회색 벽을 클릭해 WB를 잡는 모습 2분할]

8-4. 색공간 입문 — sRGB가 안전한 이유

크레용 상자를 떠올려보세요. 24색 상자가 있고, 36색 상자가 있습니다. 36색이 더 다양한 색을 칠할 수 있지만 — 상대방도 36색 상자를 가지고 있어야 내 그림이 의도대로 보입니다. 색공간(Color Space) 이 딱 이 크레용 상자의 크기예요. 카메라가 얼마나 넓은 범위의 색을 다룰지 정하는 약속입니다.

카메라 메뉴(주로 JPG 설정)에서 보통 두 가지를 만납니다.

  • sRGB — 가장 표준적인 색 상자. 세상 거의 모든 화면·웹·SNS·인쇄소가 이걸 기준으로 삼습니다.
  • Adobe RGB — sRGB보다 더 넓은 색 상자. 특히 진한 초록·청록을 더 담습니다. 전문 인쇄 일부에서 씁니다.

"넓으면 무조건 좋은 거 아냐?" 싶지만, 함정이 여기 있어요.

넓은 색 상자(Adobe RGB)로 찍어도, 보는 쪽이 좁은 상자(sRGB)면 색이 오히려 칙칙해집니다.

인스타그램·카카오톡·대부분의 브라우저·일반 모니터는 sRGB만 제대로 표시합니다. Adobe RGB로 찍은 사진을 그대로 올리면, 받는 화면이 그 넓은 색을 이해 못 해 채도가 빠진 듯 흐릿하게 보여요. 더 좋은 색을 담으려다 더 나쁜 색을 보여주는 셈이죠. 그래서 결과가 화면·웹으로 갈 거면 sRGB가 정답입니다.

입문자 결론은 짧습니다. 카메라 색공간은 sRGB로 두세요. 여행·일상·SNS·블로그 — 사진이 도착할 거의 모든 곳이 sRGB 세상이니까요. 게다가 8-1에서 본 것처럼 RAW로 찍으면 색공간조차 촬영 후에 정할 수 있어, 현장에서 고민할 필요가 더더욱 없습니다.

Adobe RGB가 의미 있는 건 전문 인화소에 넘기는 인쇄물처럼 넓은 색을 끝까지 살릴 워크플로우를 갖췄을 때뿐입니다. 그 단계가 되면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소프트프루핑까지 함께 따라오는데, 이 컬러 관리 이야기는 통째로 사이드 트랙으로 미뤄뒀어요. 지금은 "sRGB로 두고, 의심하지 말 것" 한 줄이면 충분합니다.

[이미지: sRGB와 Adobe RGB 색영역(gamut)을 겹쳐 그린 다이어그램과, 같은 사진이 sRGB 화면에서 선명 vs Adobe RGB로 잘못 올려 칙칙해진 비교]

Module 8 of 12